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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오드아이 체육선생

오드아이 체육선생 22 - 어떤 기업인

by 서여다 2025. 6. 8.

"흠.. 그러면 마약범죄 수사대 쪽이랑 좀 맞춰봐야겠는데"

승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광수대 김여진 반장의 말이다. 두 사람은 지금 커피를 들고 공원 한쪽에 서있다.

"그쪽에서도 이쪽 라인을 수사하고 있을 확률은요?"

"모르지. 다른 팀 수사 진행 상황이고 마약 수사 같은 경우는 걔들도 은밀하지만 수사하는 입장에서도 최대한 소리 안 나게 진행하는 게 중요하니까"

"이태원 지역은 아무래도 말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니까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까요?"

"내 생각에도 걔들한테 토스해 줄 거 아니면 이태원을 빌미로 한번 맞춰보려고 해. 그런데 그 정도로 확실해? 진종연 관련해서 연장전이라더니 마약사범으로 이어질 줄은 예상 못 했는데"

"저도 그냥 서인직이랑 진종연 관계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 정도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정황이랑 증언을 모아보니 다른 그림이 나오더라고요"

"지금 봐서는 진종연이 제일 위쪽이고 인초연이랑 광고 감독도 결부되어 있다는 거지?"

"예. 진종연의 직접 가담이나 광고 감독의 관여 정도는 높은 확률의 예상이고 인초연은 최소한 투약까지는 확실해 보여요. 최근 인초연의 주변 인물 관계도에서도 그들이 제일 밀접하고요. 그리고 노강완의 증언은 결정적으로 봐줘도 될 상황이죠"

"진종연 그놈 참 별나네. 얌전히 있다가 회사 물려받을 생각 안 하고 천지분간 못하는 놈인건가"

"뉴욕대 유학시절 낮은 학점도 그렇고 그냥 돈 많고 버릇없는 도련님 기질이 다분한 인간인가 봐요. 어린 나이에 원정도박과 환치기도 예삿일은 아니잖아요. 그나저나 마약사범은 시간이 관건 아니에요?"

"그야 그렇지. 그런데 그 못지않게 일망타진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니야. 전 기자도 알겠지만 가급적이면 라인 하나를 다 끄집어내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지"

김 반장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던 승환이 묻는다.

"제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한데.. 조만간 있을 제이제이넷 행사에서 잡아들이는 건 어때요? 주요 관련자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자리고 화제성으로 사회에 경각심 주기도 좋지 않겠습니까?"

"바꿔 얘기하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그림이 될 수도 있어. 일단 정보가 정확해야 하고 자칫 과잉수사로 보일 수도 있거든. 게다가 공식적인 기업행사를 진행하는데 공권력 들어가는 모습은 여러 가지로 말 나오기 십상인 거 알잖아. 투약이나 거래 현장도 아니고"

김 반장이 조심스러운 이유를 설명한다.

"정확성이야 다른 쪽이랑 맞춰볼수록 올라갈 거고 뭐 진압하듯이 체포하시라는 거 아니죠. 행사 전후로 적당하게 연행하는 방식이면 부담 없을 거 같은데.. 어차피 핸드폰도 압수해야 할 거고요"

"암튼 누가 기자 아니랄까 봐 모양새 만드는 건 엄청 좋아해요"

의도를 모를 리 없는 김 반장의 가벼운 핀잔에 승환은 눈을 크게 뜨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별수 있냐'라는 의미다.

"아 그리고 진종연이 만났다는 통관검사과의 주명선 주무관은 어떻게 해야 해요?"

"그쪽이야말로 아직 심증 수준이니까 뭘 어떻게 하고 자시고 가 어렵지. 세관 쪽은 원래 '커튼치기'·'알박기'·'섞어치기' 등등 밀수 수법이 워낙 많은 반면에 탐지 여력이나 인원은 제한되잖아. 그 와중에 검사관의 특혜나 고의성을 증명하기란 더 말할 것도 없지"

"주명선 같이 징계 이력 같은 것도 없는 인물이면 가정하는 게 쉽지는 않겠네요. 또 같은 공무원끼리 쑤시려 들기도 썩 마뜩잖을 거고.."

승환이 이해한다는 식으로 말을 받는다.

"얼씨구 기자들은 안 그런척한다? 지들끼리는 제대로 까지도 않으면서.. 우선 이태원 쪽으로 수사되는 거 있는지, 관련성 있는 건인지부터 볼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다른데 가서 썰이나 냄새 풍기지 말고"

"에이 반장님한테 제가 제안한 건데 다른데 풀겠습니까? 오히려 너무 늦거나 빨리 터뜨려서 다 챙겨가지나 마십쇼"

"신호는 줄 테니까 그런 걱정은 말고"

김 반장은 승환이 물어온 건이니만큼 진지한 표정으로 약속했다.

"참.. 제이제이넷 쪽에서 매체들을 대상으로 행사 취재 초청을 돌렸어요. 듣기론 추가로 확대한 거라고 하던데 우리 쪽에도 연락이 왔다길래 제가 가겠다고 해놓은 상태예요. 참고해 주십쇼"

김 반장이 승환을 향해 검지를 흔들며 '이거 봐 이거 봐'하는 의미의 제스처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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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상태는 좀 어때?"

재승과 통화하던 민우가 보유 주식 상태를 묻는다. '백화점'은 주식에 관한 재승의 별명으로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것을 사다 보니 워낙 다양한 종목을 조금씩 가지고 있어 붙게 되었다.

"시장 상황이 별로인데 내꺼라고 별수 있겠어? 아 내꺼는 더 별로구나. 쩝"

"크크 너나 나나 주식할 팔자는 아닌가 보다. 장이 좋아도 소외되~ 장이 안 좋으면 같이 떨어져~"

"그러게나 말이다"

"아 그리고 김 사장님이 행사에 어렵게 어렵게 자리하나 더 구했대. 나랑 같이 가자"

"어렵게 구한 거 맞아? 그분 어려운 걸 너무 자주 해내셔. 흐흐"

민우의 말에 재승이 웃음기를 넣은 상태로 묻는다.

"에헤이 자리도 구해주셨는데 믿어드려야지. 중학교 교사 친구라고 하니까 아주 적극적으로 반응하시더라구. 너도 이제 그 양반 레이더에 들어간 거지 크~ 참 낙관적인 양반이야"

"뭐 주식을 낙관적으로 하는 우리가 웃을 분이 아니구만"

"오... 자해공갈단이야? 스스로 뼈 때리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십니다"

재승의 자조 섞인 농담에 민우가 짧은 감탄을 내뱉는다.

"승환이한테 듣기론 행사에 기자들 초청도 많이 했다던데. 승환이네 매체도 초대받았다면서 그쪽 계열은 아니지만 승환이가 가기로 했다나봐"

"그래? 어째 상황이 니들이 말하는 대로 돌아가는 거 같다? 진짜 뭔 일 있는 거야?"

"나야 승환이가 제이제이넷 관련으로 취재에 적극적인 거 같아서 그냥 찍어 본거지. 그런데 풍기는 말로는 꽤 큰 게 있나 봐.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대부분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재승이지만 말을 아낀다.

"승환이가 행사를 오겠다고 하는 건 일단 행사 전에 취소는 안된다는 거겠네?"

"아마도 그렇겠지? 덤으로 좋은 구경 하게 될지도 모르는 거고"

"뭐 우리야 일단 맛있는 밥이라도 먹으면 되는 거지"

"그렇지 먹는 게 남는 거니까"



민우와의 전화를 끊고 폰으로 MTS를 띄웠다. 보유 주식 창의 수익률은 파란색이 주를 이루고 몇 개의 빨간색이 위안을 주듯 섞여있다. 물론 충분한 위안이 되지는 못한다.

20여 개가 넘는 종목들을 넘기면서 보다가 비중이 높은 몇 개의 종목을 다시 한번 본다.

나라에서 중점적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산업의 유력 종목이라 매수한 회사. 발표 당시 2~3일 정도 반짝하고 꾸준히 내려앉고 있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순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관련주도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소강상태. 유가 관련해서 재미 보겠다고 들어갔다가 큰코다친 적도 있다.

대마불사!! 대기업의 비교적 안정적인 주가 흐름과 의외의 모멘텀을 기다리며 사모은 종목. 여전히 재미가 없다.

나는 단타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빈번한 매수 매도나 일희일비가 필요하지 않지만 그만큼 마음을 단도리하기란 쉽지 않다. 매수할 때 가졌던 판단과 상황이 시간이 지나 바뀌었을 때 그에 맞는 결정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긴 그게 됐다면 전문 '꾼'으로 나섰겠지. 따지고 보니 낙관이든 낙천이든 아니면 그 중간 어디든 스스로도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살짝 난다.



MTS를 닫고 유튜브를 켰다. 화면을 내리면서 몇 개의 구독한 채널 영상이 지나자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영상이 이어진다. 그러다 어느 기업인의 브이로그 형식 동영상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아마도 주식 종목이나 뉴스 검색의 영향으로 노출된 것이 아닐까 싶다.

호오 이 사람?

이 사람이야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얼마 전 길에서 본 기억이 나면서 괜시리 반갑다. 그때는 낯이 익지만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는데 연예인이 아닌 기업인이라서 그랬나 보다.

동영상은 15분 정도 길이로 제작되어 있고 썸네일의 화질과 편집으로 봐서는 전문가의 솜씨다. 그럼 그렇지 채널 역시 개인 명의가 아닌 회사 채널이다.

동영상을 틀자 이른 아침 출근에서부터 오전의 바쁜 일정을 동행하는 형식으로 찍은 내용이 나온다. 재미는 없다. 하지만 주주니까 의리로 참아본다.

제작 의도는 매우 쉽게 보인다. 우선 쉰 살 전후의 나이에도 정열적으로 일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는 것.

짜여진 일정이 타이트하면서도 여러 곳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에 대표니까 당연하겠지만 어느 곳에서나 주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화면에 담고 있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응원 메시지는 덤이다.

동영상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젊음? 의외의 생활방식? 소탈함? 뭐 이런 것들 같다.

취미를 언급하는 장면에서 플스를 이야기하고 서브컬처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다. 서브컬처로 일본 만화와 애니 등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깊이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나이와 지위를 고려하자면 확실히 이색적인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전체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삼각김밥이다.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시간 허기를 채우기 위해 차 안에서 삼각김밥으로 그가 식사를 때우는 모습이 나온다. 중년의 기업인이 바쁜 일정과 소탈함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아이템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준다.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단 그가 삼각 김밥을 제대로 못 깐다. 보고 있자니 '왜 저렇게 까?'에서 '깔 줄 모르네'를 거쳐 '코스프레구만'으로 자연스럽게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질 정도.

뭐 진짜 취향일 수 있지만 선택한 삼각김밥 종류도 무리수가 아닐까 싶다. 화면에 잡힌 두 개의 삼각김밥 중 그가 집어 든 것은 '불닭삼각김밥'. 학생들이나 젊은 친구들에게는 높은 픽이지만 저 나이의 양반이 굳이?

자꾸 그렇게 봐서인지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가뜩이나 체구도 당당한 양반이 모양 빠지게.. 쯧쯧.

문득 여의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들고 고민하던 그의 수행기사 모습이 떠오른다. 영상 중간에서도 언뜻 비치고 있는 그는 그날 평소에 안 하던 고민을 해야 했기에 참 난감했겠지. 마치 약속된 스팸 한 조각이 빠진 불량 삼각김밥을 먹던 나처럼 말이다.

기업보다는 기업인의 이미지에 중점을 둔 영상이 끝나면서 떠오르는 감상평은 두 가지다. '애썼다'와 '설정에 사로잡힌 기업 대표'. 이런 영상이 대중에 대한 스킨십에 얼마나 효과를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휴진 그룹 주주로써 응원의 마음은 보낸다.

'상현이 형!! 좀 잘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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