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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오드아이 체육선생

오드아이 체육선생 12 - 다단계 회사

by 서여다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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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장?"

"응. 오빠하고 칼부림 범인 제압했던 사람한테 '용감한 시민 표창' 수여하게 될 거 같애"

"뭐 생각지도 못했던 거지만 기분은 좋네. 그런데 난 별로 한 게 없는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그런 상황에 나서서 위험을 지연시키고 범인을 확보해놓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더구나 묻지마 칼부림은 사회적인 관심도 높은 상황이라 오늘 일이 꽤 많이 다뤄질걸. 아 그러고 보니 뉴스에도 나오겠네"

이선은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마침 9시 뉴스가 진행되고 있다.

[오늘 낮에도 묻지마 칼부림 난동이 있었습니다. 인용시에 위치한 대형마트 앞에서 마약에 취한 2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지역주민들과 행인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남성은 난동에 앞서 마트에서 직접 칼을 구입, 귀가 후 마약을 투입한 뒤 환각 상태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남성의 난동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여기에는 용감한 시민 두 명의 대응이 빛을 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범행을 저지른 남성이 마트 앞에서 본격적인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한 남성이 주변에 버려져 있던 의자를 들고 이를 지연시키는 모습이 CCTV를 통해 확인이 됐습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던 범인을 향해 이 남성이 소리를 내며 적극적으로 관심을 유도했고 상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목격자 인터뷰 : ....

이후 이어진 대치 상황에서 또 다른 남성이 나타나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범인을 제압했습니다. 물론 절대 쉽게 따라 해선 안되는 행위지만 이분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감탄을 자아낸다는 것을 여러 제보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관할 경찰서는 이 두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고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승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일이지만 뉴스 화면을 통해 접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특히 CCTV나 주변 건물 사람들이 촬영한 영상에서 당시의 모습을 확인하다 보니 다시금 긴박하고 위험했던 상황과 정말 멋들어졌던 플라잉 니킥이 떠올랐다.

"아! 저 플라잉 니킥 남은 찾았어?"

"아니 아직 못 찾았어. 주변 탐문에도 이후 행방이 안 나오고 근방 CCTV에도 특별히 잡히는 게 없더라고.

그래서 경찰서 계정 SNS로 제보를 받는다고 올려놨고 이 정도 화제가 됐으니 어떻게든 연락이 되지 않을까 기대는 하는데..

우리 도착하기 직전에 자리를 떴다던데 오빠는 제일 가까이에서 봤을 거 아냐? 인상착의 기억나?"

"보고 들어서 알겠지만 복장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어. 비니 쓰고 큰 헤드폰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일단 눈밖에 안 보이더라고. 근데 눈매는 날카롭더라.

그리고 특이한 게 몸은 탄탄한 느낌인데 걸음걸이가 진짜 가벼워 보이더라고. 무슨 고양이가 걷는 거 마냥 사뿐사뿐?

그래서 누구는 의자 들고 움찔움찔할 때 그렇게 가볍게 날아서 팍!! 끝내버렸나.. 크크"

"으이그. 기왕이면 저 분도 찾아서 같이 수여받으면 좋을 텐데"

"그러게나 말이야. 그나저나 범인은 마약에 취한 상태로 그랬다는 거지? 신원확인은 됐고?"

"응. 이동환이라고 27살. 현장 근처 빌라에 어머니랑 둘이 살고 있었어. 이번 사건이며 집에서 발견된 증거품 그리고 나온 검사 결과 등을 봐서는 마약인데 이제 그쪽으로도 추가 수사가 진행될 거 같애"

"마약이 진짜 흔해지긴 흔해졌구나. 도대체 어디서 접하고 마약 살 돈은 어디서 났대그래"

"지금은 가세가 기운 건데 이동환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더라고. 뉴욕대라던가.. 뭐 그때 접하지 않았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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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 2회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러분은 오늘 정말 특별히 잘 오신 겁니다.

오늘 설명회에는 우리 제이제이넷 대표이신 진종연 사장님이 직접 방문해 주시고 격려해 주실 예정이기 때문에 보다 뜻깊은 시간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만면에 띠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40대 중반의 남성은 주중 설명회 담당자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진종연 사장이 사업설명회에 참석하는 것은 사업 시작 후 이번이 두 번째 일 정도로 매우 드문 일이다.

민우가 들러보겠다는 말에 김 사장도 굳이 따라오겠다며 찾아왔다.

그는 자신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확인해서 나쁠 것도 없고 새로운 소식이나 업계 근황을 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둘러댄다.

익히 알려진 대로 다단계 구조에서는 자기 밑으로 얼마나 많은 단계와 사람을 두느냐에 따라 등급과 수입 규모가 달라진다. 김 사장 입장에서는 민우가 자기소개로 왔고 일을 시작할 경우 본인의 직속 단계로 등록되는 것이 당장의 목표일 수밖에 없다.

민우도 이런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할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내용이나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온 것이니 지금 따질 문제도 아니고 만에 하나 일을 하더라도 등록 방식이 그렇기 때문에 불만을 가질 필요도 없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 사장은 나름 설레는 마음으로 민우 옆에서 이것저것 떠들고 있다.

그에 반해 민우는 담당자가 화면에 띄워 놓은 진종연의 약력을 눈으로 훑고 있다. 약력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은 아무래도 진유건설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 와중에 미국 대학 유학 경력도 한 줄 들어가 있다.

그걸 보며 '어디서 꼴통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거 같은데 공부는 좀 했나 보네?'라고 민우는 잠깐 생각했다.



사건이 있은 4일 뒤 표창장 수여식이 있었다.

재승은 참석했지만 플라잉 니킥 남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해 봤지만 안타깝게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재승도 아주 내킨 것은 아니지만 좋은 일이니 만큼 거부할 수는 없었다. 관할 경찰서에 아내가 경찰로 있고 사건을 담당했다는 사실도 홍보나 기사꺼리로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았다.

서장으로부터 표창장과 금일봉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선 역시 정복을 입고 함께 촬영에 동참했다.

여기서도 선글라스를 끼는 것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재승은 선글라스는 벗었다.

서장이 마련한 차담에서 재승은 서장이 꽤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미소와 여유를 보이면서 감사 표현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없는 세 사람의 자리에서 아내에 대한 칭찬도 곁들이며 기분 좋은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는데 아내가 상관을 잘 만났다는 다행스러움까지 살짝 느껴질 정도였다.

경찰서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재승과 이선은 이태원으로 향했다.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을 위해서 태국 식당을 일찌감치 예약해 두었다.

부부의 신혼여행지는 태국이었다.

두 사람 모두 처음 가본 나라였지만 나쁘지 않은 기억이다. 특히 걱정했던 음식이 만족스러웠는데 팟타이와 텃만꿍은 두 사람 모두 맛있게 먹었었다. 이번 결혼기념일 식사를 태국 식당으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운전은 이선이 맡았다.

재승은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을 비롯해서 소식을 전해 들은 가까운 지인들과 통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은 처음 소식에 안도와 우려를 주로 나타내시며 격려 약간이 담긴 반응을 보이셨다. 아무래도 자식이 크게 몸 상할 위험에 빠진다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용기보다는 안전이 미덕인 나이라는 것이 그분들의 입장이었다.

한편으로 무탈한 결과와 표창장 소식에는 옅게나마 기쁨을 빼놓지 않으셨다.

가장 먼저 사건을 알게 된 승환과 민우는 놀랐다는 소식과 함께 재승의 행동을 이해한다는 분위기였다. 이선과 마찬가지로 재승이 가지고 있는 성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나선 모습에는 큰 놀라움을 덧붙였다.

재승은 소식을 들은 승환의 첫 마디가 문득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코난이야? 김전일이야? 요즘 어디 움직일 때마다 사건 사고가 생겨"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기업이다 생각하시고 활동해 주시면 그에 따른 보상을 가져가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사람을 통한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며 제이제이넷은 그 증거가 될 것입니다"

서른이 안된 나이를 커버하려는 듯 클래식 슈트에 포마드 머리를 한 진종연이 30여 명이 모인 사업설명회에서 자신의 연설을 정리하고 있었다. 제이제이넷은 진유건설의 강한 의지로 탄생한 회사라는 점과 확실한 수익 배분 구조를 약속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진종연의 10분 남짓 한 시간이 지나고 이후에는 담당자의 구체적인 사업구조와 제품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에 따르면 매니저-마스터-디렉터-체어맨으로 구분되는 등급은 다시 등급별로 3단계로 나누어져 총 12개로 이루어져 있다. 구조상 일찍 시작하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한 면이 있지만 활동력이 강한 구성원들이 있을수록 아래로 하위 등급들을 빠르게 확보해서 높은 등급으로 오를 수 있다고 희망을 제시한다.

주요 제품으로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소스 등이 있었다. 다단계 회사의 제품 품목들이 대동소이한 것은 평균적인 기능성을 바탕으로 상당한 마진율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을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들은 생활에 필수적이고 회전율이 빠르면서 제품의 차별성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에 침투하는데 용이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쉽게 말해 자체 상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부분 따라만들기 어렵지 않고 원가가 낮은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수입제품의 경우 이름이 그럴듯하면 싸게 들여와서 판촉을 통해 특별한 것처럼 가치를 높이고 가격 역시 올린다.

여기에 다단계라는 사업구조가 제시하는 환급성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이것이 다단계의 메커니즘이다.

민우는 다단계의 이러한 구조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했던 것은 진유건설이 얼마나 진심으로 시도하는 것인지와 준비한 제품들이 매력적인지 여부였다. 거의 모든 다단계 회사가 사기와 폐업으로 마무리되지만 그래도 개중에는 존속하는 기업도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도 아주 약간은 있었다.

사업설명회의 마무리는 가입 단계이자 30만 원어치 제품 구매를 통해 매니저 3등급으로 시작하는 유도의 시간이지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면 그냥 나올 수 있다.

사업설명회의 막바지까지도 민우는 이렇다 할 확신을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마음이 동하는 것은 김 사장이다.

"들어봐서 알겠지만 이게 비전이 있다니까. 저렇게 진유건설 아들이 직접 나와서 얘기를 할 정도잖아. 그렇게 고민할 것도 없어"

"일단 대략적인 내용은 잘 들었구요. 저도 집에 가서 애들 엄마랑 상의도 해봐야죠. 어디 이름 올리고 뭐 시작하는데 마음대로 할 수 있나요"

"에헤이 이 사람 거 30만 원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내가 쓰는 만큼 돌려받는 게 있는데 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그러나. 이거 조만간 광고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니까.

거 누구냐. 어 인초연!! 인초연이 모델로 내세워서 이제 공격적으로 마케팅 시작할 거야. 인초연 요즘 핫하잖아"

'아.. 예... 핫하죠 인초연.. 그렇게 핫한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이라고 생각하는 민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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